장학생 추모사

1026 22기 최선욱 (故)송원 김영환 회장님 12주기 추모사 2026.03.21

늘 귀를 기울여주셨습니다. 기자로서 하고 다니는 일을 말씀 드릴 땐 당신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국내외 각지에서 제가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에 매우 흥미를 갖고 계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일에 몰두해서 살고 있는 저의 그 모습을 보시는 게 흐뭇했던 거라고 느끼게 됩니다.
 
2014년 설 연휴를 앞둔 때로 기억합니다. 기운을 좀 차리셨다고, 가시기 전에 인사할 시간 되는 송원 식구들은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앉아 계시는 것도 힘에 부치셨는지 땀을 계속 흘리셨습니다.
웃음을 드리는 게 저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종시에서 올라왔어요. 연휴 시작이라서 내려 가는 차선은 이미 꽉 막혔어요. 그런데 저는 서울로 올라오니깐 시원하게 속도 내서 왔죠. 남들은 길 막혀서 고생하는데 저만 쌩쌩 달려서 오니깐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으셨습니다. 그땐 저의 유머가 성공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마 당신께서는 ‘네가 그래도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는구나’는 생각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인사가 될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런데도 병실을 나서는 저의 인사는 “얼른 퇴원하세요. 등촌동 찾아가서 다시 인사 드릴게요”였습니다.
뒤돌아 서려는 제게 당신께서는 온 힘을 끌어모으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며 입을 떼셨습니다.

“거기서 니는 죽을 각오로 일해야 되는기라”
 
본인이 키워낸 자식과도 같은 30대 청년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냉철한 비즈니스맨의 모습도 순간 당신의 얼굴에 드러났습니다.
제게 해주신 마지막 당부. 그 말씀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을 하며 매너리즘과 무료함에 빠질 때마다, 제게 죽을 각오로 일하라는 당신의 명을 되새깁니다.
 
12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저도 재학생 송원 가족들과 마주하면 공통 관심사가 거의 없는 나이가 됐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남겨 주신 가치가 변하지 않는 이같은 가르침만큼은 꼭 후배들에게 전하곤 합니다.
 
당신께서 젊은이들에게 해주신 배려와 사랑과 후원의 양을 제가 어찌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저만의 역할로 송원 후배들에게 꼭 그 사랑을 돌려주겠습니다.
편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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