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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기 주민혜 (故)송원 김영환 회장님께 바치는 시
2025.02.28
송 원
주민혜
시린 달 그 아래
고층 건물 그 아래
가로등 그 아래
새벽녘 깊은 봄에 눈이 나린다
해 뜰 날 언제 오나
언 손 모아 쥐고 입김을 불어도
녹지 않는 눈결정은
어린 봄의 굽어진 등 위로 내려앉아
살갗을 제멋대로 찔러대며 쌓이는데
하늘은 보일 리 없고
오직 땅의 우글한 벌레만이
봄의 발을 갉아먹는다
아픈 발 쥐고 겨우내 고개를 들면
등 뒤에 늙은 소나무 하나가 꼿꼿하게 서있다
숱한 겨울들을 보낸 솔잎들이
기어이 봄 위로 그늘을 내리며
눈 나리는 겨울을 다시 보내려한다
두 손을 모아 쥔 어린 봄은
이 겨울이 아프지 않을 만큼
솔잎의 색을 닮아갈 수 있도록
하늘을 바라보기로 한다
눈은 여전히 나리고
손은 여전히 얼었어도
어느샌가 눈결정은 등 위에서 녹는다
이제는 해가 필요치 않은 세상
봄은 자연히 소나무가 되기를 택한다

